[판 레전드] 우리언니와 결혼하는 형부가 불쌍하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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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우리 언니

명품 좋아하고 본인 치장하는거 좋아하고
자존심 세고 목소리 크고 눈물 많고
얼굴은 예쁘지만 성격은 괴팍한

그런 사람

그런 언니가 결혼한다고 남자를 데려왔을 때

놀랐다

정말 순박해 보이는 사람
직업도 엄청 좋고 돈도 잘 벌고 심지어 얼굴도
꾸밀 줄 몰라 그렇지 제법 괜찮게 생겼는데

대체 왜 우리 언니를?

우리 부모님과 내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눈도 못마주치고 덜덜 떨면서도
예의를 지키던 사람

언니가 왜 좋냐는 내 물음에
처음으로 내 눈을 마주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느냐며..
씩 웃던 사람

잘 모르겠다고 하자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바보같이 웃던 사람

울 언니에 대해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만 불쌍해라

울 언니가 순진한 남자 잡았구나 싶었다

유치원 교사인 우리 언니

저런 성격으로 애들은 어떻게 가르칠까 불안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언니가 일하는 모습을 처음 본 날

나는 아직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울 언니 누구보다 꾸미는 거 좋아하고
가꾸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옷이나 화장품
절대 안빌려주는 사람인데

아이들이 언니가 아끼는 옷에 눈물 콧물
다 묻혀도 짜증스런 표정 한 번 없더라

울 언니가 저렇게 웃을 줄도 알았나?

정말 행복해 보이는 미소로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언니 눈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은 어땠기에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쳐다볼 수 있을까?

애들이 오줌을 쌌는데 그 깔끔쟁이 언니가
괜찮다며 아이를 달래서 화장실에 데려갔다

그리고 바닥에 흘린 오줌을 아무렇지도 않게
쓱쓱 닦더라

거기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아이를 보자
망설임 없이 달려가서 받아주더라

계단에 부딪히는 큰 소리가 났는데
언니는 놀란 아이부터 달랬다

그날 저녁 발목이 퉁퉁 부어 오를때까지
언니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실금이 가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에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한장씩 썼다

언니 카톡에 수많은 영상들이 도착했다

선생님 보고싶어요
언제와요 빨리 오세요
아프지 마세요

언니는 그 영상을 몇번이나 돌려보고
또 몇번이나 나에게 자랑했다

내가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몇번이나 보여주고 설명해줬다

얘는 누구고 장난꾸러기야
얘는 누구고 말을 참 예쁘게 해
얘는 얘랑 쌍둥인데 둘 다 귀엽지
얘는 밥 정말 잘 먹어 간식도 잘 먹고
얘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야

언니는 결국 더 있어야 한다는 의사 말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퇴원해서 유치원으로 돌아갔다

형부에게 말했다

유치원에 가서 언니 일하는 것 봤어요

형부가 실없이 웃었다

그래서

나도 바보같이 웃어줬다

우리언니 힘세고 목소리 크고
자존심 세고 고집 세고
눈물 많고 속은 여려서
상처도 잘 받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본인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런 사람

형부가 한 눈에 반할 정도로 빛나는
멋진 사람

내 인생의 선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
때론 원수이자 또 내가 닮고 싶은 사람
내 라이벌 내 반쪽

그게 우리 언니

코로나를 가장 미워하는
그 좋아하는 술도 다 끊고 집에서
아이들 만날 날만을 기다리는
유치원 사진이 닳을 정도로 만지고
쳐다보는 우리언니

바보같은 우리 언니가 빨리 아이들 곁으로,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사회적 거리두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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